“하…. 오늘 우리 집 갈래? 저번에 가기로 했는데 못 갔잖아.” “…응. 갈래….” “저녁은 그럼 집에 가서 시켜 먹자.” “…으응, 좋아.” “뭐가 그렇게 다 좋냐.” 빨개진 윤지원의 귀를 아프지 않게 만진 이태준이 웃었다. 그런 이태준의 웃음을 본 윤지원의 뺨이 또 발그레 달아올랐다. 이태준이 눈앞에 있는데 꼭 꿈처럼 느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니...
윤지원의 고개가 들렸다. 누구도 한 번 제대로 불러 준 적이 없는 이름이 교실 안으로 울리고 있었다. 놀라서 동그래진 눈으로 고개를 든 윤지원의 눈동자 안으로 이태준이 맺혔다. 제 이름을 부른 이태준이, 저를 보고 있는 이태준이. 저를 보고 웃는… 이태준이. “점심 같이 먹자.” 제가 좋아하는 이태준이. “응?” 놀라서 살짝 벌어졌던 입술이 다물리며 울먹이...
윤지원이 저를, 그것도 아주 철저하게 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태준은 충격에 저녁도 먹지 못하고 밤을 홀딱 새웠다. 윤지원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직접 저를 피하는 걸 보고 나니 저도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아니, 내가 충격을 받을 자격이 있나? 받으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충격적이지. 저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제가...
“…….” “…….” 잠시간 눈이 마주쳤다. 윤지원의 눈동자가 흔들리다가 먼저 시선을 거두었다. 이태준은 해야 할 말을 찾았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들었어? 라고 묻기에는 듣지 못했을 리가 없었고, 네가 들은 거 전부 진심 아니야. 그냥 둘러대려고 한 말이야, 변명을 하기에는 제가 너무 구차했다. “...
그네를 탈 나이가 지났다는 건 서정원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늘 학교가 끝나면 허름한 빌라촌 안에 있는 낡은 놀이터에 오게 됐다. 여기만큼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곳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 빌라촌에는 놀이터에서 놀 만큼 어린 애들이 별로, 아니 거의 없었다. 그래서 서정원은 빌라촌 구석에 있는 유령 놀이터를 제 아지트로 삼고 매일 이곳에 들러 밤이 될 때까지...
“한 번씩 뒤도 좀 보고 그래라.” “…….” “어떻게 한 번을 안 보냐.” 기다렸잖아. 나 봐 주기를. “…봐도 돼?” “뭐?” “…학교에서 내가 보고, 아는 척하면… 태준이 네가 불편할 것 같아서….” “뭐야. 전에는 잘만 따라오고 또 뭐야. 얌전히 자는 사람 깨우고, 막 안기더니.” “그, 그건…. 일부러 그런 게….” “일부러 그래도 되는데.” 놀리...
몸에 적당히 맞는 새 교복을 입고 어색해하는 윤지원을 본 이태준이 쯧쯧 혀를 찼다. 과장을 좀 더 보태서 누구세요? 소리가 나올 만큼 괜찮아졌는데 도대체 왜 어색해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야, 뭐가 그렇게 어색한데.” “…정말 안 이상해?” “내가 돈 주고 이상한 걸 샀겠냐. 멀쩡해. 그 큰 교복보다 훨씬 나아.” “고마워…. 내가 이렇게 좋은 브랜드...
딱딱한 바닥에 누워 보는 게 얼마만이더라. 여기서 자고 내일 학교는 어떻게 가지. 아까 로션 가지러 갈 때 보니까 화장실 좁던데 저기서 나도 샤워할 수 있나. 이따 씻고 뭐 입냐. 윤지원 옷 팔 하나도 안 들어갈 텐데. “…….”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소한 걱정에 누워 다리를 꼰 채 발을 느릿하게 움직이던 이태준은 그런 제 걱정도 모르고 옆에서 평...
“집에 라면 있냐?” “라면…? 있긴 한데….” “몇 개나.” “…다섯 개?” “그럼 됐네. 너희 집에서 라면 먹자.” 윤지원이 굳이 돈을 쓰지 않아도 되게 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그냥 둘이 있고 싶은 마음이 커서 라면을 택한 거기도 했다. 그리고 라면이 진짜 좀 당기는 것도 있었다. “너무 비싼 건… 못 사도 나 햄버거 같은 정도는… 사 줄 수 있는데…....
학교가 끝날 때까지 이태준의 눈은 윤지원에게만 닿아 있었다. 그냥 다른 곳을 볼 줄 모르는 사람처럼 굴며 자신에게 온갖 욕을 퍼부었지만, 그래도 시선을 돌릴 수는 없었다. 그만 좀 봐라, 병신아. 계속 보냐, 씨발. 그런 말을 하는 중에도 꼼질대는 윤지원의 등을 보던 이태준은 종례가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태! 스존 고?” 윤지원을 따라가서 시비...
클리셰 클 씨 @dearmycl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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