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실 문이 다시 드르륵 닫혔다. 신경질적으로 열릴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태준은 외부의 모든 것을 차단하고 안에서 문을 잠근 뒤 여전히 음악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윤지원에게 다가갔다. “날 좋아해? 왜?” “…어?” 윤지원의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구부려 앉은 이태준이 눈높이를 맞췄다. 제 앞으로 온 이태준을 보며 윤지원이 살짝 고개를 들었...
이태준은 거울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앞머리를 올리는 게 나을까 내리는 게 나을까 몇 번이나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다가 결국은 평소처럼 그냥 내리기로 했다. 머리를 올리려면 뭔가를 발라야 하는데 이태준은 머리에 뭔가 발라 딱딱해지는 게 싫었다. 특히 백우진이 바르는 역한 냄새가 나는 왁스는 더 싫었다. 그런데도 갑자기 아침부터 머리를 올려볼까 생각했던 건 ...
흥분한 것처럼 낮게 깔린 이태준의 목소리에 윤지원이 눈도 깜빡이지 못한 채 어둠 속에서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두워 눈동자 흔들리는 걸 들키지 않아 다행이었다. 윤지원은 이태준의 옷자락을 두 손으로 쥔 채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내리감기는 눈을 보며 이태준이 낮게 숨을 내뱉고 고개를 기울였다. 윤지원과 키스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면...
뭐야, 지금. 예쁘다고 생각한 거야? 돌았냐? 같은 거 달린 놈이 예쁠 리가 있냐. 웃는 사람 처음 봐? 길바닥만 봐도 다 실실 웃고 다니는 사람 천지인데 너 그 사람들 보고 예쁘다고 생각한 적 없잖아. 백우진 웃는다고 예쁘다고 생각한 적 있냐? 왜 쪼개냐고 지랄하잖아. 그게 정상인데 왜 갑자기 쟤는 예뻐 보이는 건데. 말이 되는 생각을 해라, 이 또라이야...
윤지원의 첫 번째 일탈은 보건실에서 막을 내렸다. 보건 선생님이 없는 틈을 타 안으로 들어가 수면실에 누웠고, 선생이 오면 아픈 척을 하라는 이태준의 말에 머리가 아픈 척을 해서 보건실에 있었다는 확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이태준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지만, 윤지원에게는 생소한 일이라 내내 확인증을 만지작거리며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안 아픈데 받아...
와, 씨발. 존나 부드럽네.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첫 키스라는 것도 그걸 오늘 제대로 말을 처음 해 본 남자애, 그것도 전교에서 나쁜 소문이란 소문은 다 몰고 다니는 그런 애랑 하고 있다는 것도 머리를 가득 채우지 못했다. 이태준은 처음 맛본 부드러움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렇게 부드러운 게 뭐가 있더라. 이태준은 제가 입술에 대어 ...
“왜 우는데.” 이태준은 누군가를 달래거나 위로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럴 필요를 느낀 적도 없고, 솔직히 위로가 뭔지도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우는 윤지원을 보면서도 ‘왜 우는데.’ 따위의 무미건조한 말을 뱉어냈다. “…나한테 냄새나는 거… 나도 알아.” “야, 뭔가 오해한 모양인데 난!” “…내가 다 미안해. 이제 안 그럴게. 가까이 안 갈 테니까… 그...
보건실에서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잔 이태준은 찌뿌드드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켰다. 뼈마디 맞춰지는 소리를 들으며 브랜드 슬리퍼에 발을 넣은 이태준이 수면실을 나섰다. 보건실은 잠이나 자러 오는 곳이 아니라고 한마디 하고 싶은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보건 선생이 미리 준비해 둔 확인증을 내밀었다. “어디 진짜 아픈 데 있어?” “네. 어떤 씹새….” ...
밤새 게임을 하느라 제대로 자지 못한 잠을 오전 내내 몰아 잔 이태준은 의자 끌리는 소리에 인상을 썼다. 백우진 저 새끼는 늘 말하는데도 의자를 조용히 빼는 법을 몰랐다. 반드시 한 번은 의자로 대가리를 찍어 버리겠다고 생각한 이태준이 눈을 감은 채 작게 숨을 내쉬었다. “이태, 매점 가자.” “안 가.” “아, 왜. 애들 다 왔는데. 가자. 배 안 고파?...
“씨발, 오메가였어?” 목소리와 눈빛이 모두 날카로웠다. 연준은 쏟아지는 경멸을 받으며 몸을 웅크렸다. 서정원의 얼굴에 화와 짜증이 더 짙어질수록 숨을 쉬기 힘들었다. 몸이 뜨거워 너무 더운데 코에 닿는 향은 이상하게도 시원해서 자꾸만 몸이 기울었다. 연준은 저도 모르게 제 앞에 선 서정원의 다리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하아….” 가까이 다가가 깊게 숨을...
클리셰 클 씨 @dearmyclare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